[어쩌다 UX 라이터] 좋은 문장을 넘어서 위대한 문장을 쓰는 일

토스 UX 라이터 구슬

UX Writers in Korea | UXWK
14 min readAug 15, 2022

단순히 네비게이팅 역할을 하는 ‘좋은 문장’을 넘어서서, 유저와 감정적인 연결과 유대감을 쌓는 역할을 하는 ‘위대한 문장’을 쓰고 싶어요. 저는 사람들이 토스를 친절하고 따뜻한 브랜드로 기억하길 원하고, 그걸 라이팅으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걸 너무 진심으로 믿어요. 그래서 이 일이 재밌는 것 같아요.

구슬

2021년부터 토스의 UX 라이터로 일하고 있다. 이전에는 다양한 서비스에서 콘텐츠 에디터로 일하며 플랫폼에 가장 잘 어울리는 콘텐츠를 만들었다.

커리어 한눈에 보기

쎄씨 • 피처팀 어시스턴트 (2015년 10월~2016년 7월)

“저는 이렇게 진입 장벽이 높고 콧대도 높은 업계에서 디지털 콘텐츠 에디터를 뽑는 게 충격이었어요. 그래서 디지털 콘텐츠란 것에 관심을 갖게 됐던 것 같아요.”

스타트업 • 콘텐츠 에디터 (2016년 7월~2018년 10월)

“당시 유행하던 모바일 콘텐츠는 카드뉴스밖에 없었어요. 그렇다 보니 장문의 글 형태를 어떻게 모바일로 풀어낼지에 대한 고민이 많이 필요했어요.”

트리플 • 콘텐츠 기획자 (2018년 12월~2020년 7월)

“콘텐츠 마지막에 버튼을 짧게 써볼까, 액션형으로 써볼까. 이 버튼을 누르면 어떤 화면으로 갈 수 있다는 뉘앙스를 주고 싶은데 어떻게 써야 할까 같은 새로운 고민을 하게 됐어요.”

원스토어 • 콘텐츠 에디터 (2020년 7월~2021년 3월)

직무명은 콘텐츠 에디터였지만 보이스앤톤 가이드라인도 만들어보고, UX 라이팅도 시도해볼 수 있었어요.”

토스 • UX 라이터 (2021년 3월~)

“어떻게 다르게, 더 재밌게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게 저는 너무 재밌어요. 고객에게 커뮤니케이션하는 방식을 바꾼다는 점에서 이 직업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요.”

©Sungbae Kim

2022년 6월 25일에 진행된 인터뷰로, 읽는 시점에 따라 현재와 다른 사실이 일부 있을 수 있습니다.

어쩌다 UX 라이터

이전에 했던 일들의 종착역

우연히 UX 라이터라는 직무를 알게 된 뒤에 너무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UX라는 것 자체가 생소한 용어다 보니까 제가 겁을 먹고 지원할 엄두도 못 냈던 것 같아요. ‘나는 너무 글만 써온 것 아닐까? UX 라이팅을 하려면 디자인을 알아야 하는 건 아닐까?’라는 게 내내 마음의 장벽이었어요.

토스에서 UX 라이터로 일을 하고 꽤 시간이 지난 후에야 제가 이전에 했던 일들이 어떻게 의미가 있었는지를 알게 됐어요. 그래서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콘텐츠 에디터 분들에게 꼭 저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어요.

콘텐츠 에디터 커리어

잡지사에서 콘텐츠 업계의 흐름을 읽다

저는 잡지사에서 피처 어시스턴트로 커리어를 처음 시작했어요. 기대했던 것보다 좁은 업무 범위, 열악한 급여 조건 때문에 참 많이 힘들었는데요. (웃음) 지금 생각해보면 잡지사에서 일하며 업계의 흐름을 읽을 수 있었어요.

예를 들면 에디터라는 직업 자체가 정규직 채용이라는 게 없어요. 어시스턴트로 지원을 해서 편집장의 눈에 들고, 선배들의 지지를 받아야 에디터가 될 수 있는 구조예요. 그런 의미에서 진입 장벽이 굉장히 높은 업계죠. 그런데 새롭게 ‘디지털 콘텐츠 에디터’란 것을 채용하는 거예요. 저는 이렇게 진입 장벽이 높고 콧대도 높은 업계에서 디지털 콘텐츠 에디터를 뽑는 게 충격이었어요. 그래서 디지털 콘텐츠란 것에 관심을 갖게 됐던 것 같아요.

당시 유행하던 디지털 콘텐츠는 피키캐스트와 카드뉴스였어요. 페이스북에서 그런 형태의 콘텐츠가 휩쓸고 있었죠. 그래서 사람들이 모두 디지털 콘텐츠는 이런 형태여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짧아야 한다, 한 페이지에 한두 문장을 넘어가면 안 된다. 잡지사에서도 정말 예쁜 화보 한 장에 연예인이 말한 한 줄을 얹은 걸 디지털 콘텐츠라고 하던 시기였어요. 다른 형태의 디지털 콘텐츠도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죠.

하루는 친한 언니가 “내가 쓰는 앱에서 채용 공고가 났는데 네가 너무 잘할 것 같아”라며 한 콘텐츠 앱의 채용 공고를 보여줬어요. 저는 모바일로 보는 콘텐츠가 앞으로 더 발전할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던 차여서 이직을 선택했어요.

첫 회사에서 콘텐츠 에디터로 배운 세 가지

이직한 스타트업은 영어 논문을 읽고 쉽게 풀어서 그 내용으로 인사이트를 주는 콘텐츠를 발행하는 서비스를 운영했어요. 저는 서비스 초기 멤버로 합류해서 어떤 식으로 콘텐츠를 쓰고 어렵고 복잡한 영어 논문의 내용을 어떻게 독자들에게 쉽게 전달할지를 고민했어요.

당시 유행하던 모바일 콘텐츠는 카드뉴스밖에 없었어요. 그렇다 보니 장문의 글 형태를 어떻게 모바일로 풀어낼지에 대한 고민이 많이 필요했어요. 자연스럽게 모바일 환경과 모바일 앱이라는 플랫폼에서 어떻게 보여줄지를 고민했죠.

저는 완벽주의자예요. 그게 제 장점이자 단점이에요. 완벽주의가 너무 심해서 그게 저를 괴롭히고 불행하게 만들지만, 또 그걸로 인해 제가 행복해지기도 하거든요. 어느 정도냐면 마음에 완벽히 들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자면서도 생각나요. 다음 날 그렇게 수정하고 결과가 더 좋으면 행복하고요.

콘텐츠 제목만 해도 ‘어떻게 제목을 써야 하지?’ ‘어떻게 해야 사람들이 콘텐츠를 누르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수 천 번을 테스트했던 것 같아요. 하나를 발행할 때 최소 세 개 이상의 타이틀을 작성해서 그중에 위너가 되는 걸 뽑는다던지, 위너가 되더라도 마음에 안 들면 여러 번 변경했어요.

그 회사에서 2년간 일하면서 다음의 세 가지를 집약적으로 배웠고 많이 성장했어요. 어떻게 보면 지금의 저를 있게 하는 데에 큰 도움을 줬어요.

  1. 어려운 콘텐츠를 쉽게 쓰기
  2. 모바일 화면에 맞게 편집하기
  3. 데이터를 보면서 쓰기
©Sungbae Kim

트리플에서 콘텐츠 기획자로 배운 세 가지

그러다 이직을 해서 트리플이라는 여행 앱에서 여행 콘텐츠를 만들게 돼요. 저는 매거진 담당자로 일했죠. 트리플은 이전 회사와 굉장히 달랐어요. 이전에 일했던 서비스에서는 사람들이 콘텐츠를 보기 위해 왔는데, 트리플에서 콘텐츠는 사람들이 제품을 쓰기 위해 왔다가 우연히 콘텐츠를 보는 거였죠.

그때부터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콘텐츠를 눌러볼지를 넘어서 타겟에 대한 고민을 했던 것 같아요. 여행을 갈 사람에서도 여행지를 아직 못 고른 사람, 여행을 곧 가는 사람, 이런 식으로 상세하게 타겟을 분류해 거기에 맞는 콘텐츠를 제작했어요. 다음 주에 바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에게는 여행자 보험처럼 정말 필요한 정보를 준다거나 하는 식으로요.

또 이전에는 콘텐츠 하나하나의 내용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다낭 홈이든, 호텔 상품이든 다음 제품으로 넘기는 게 중요했어요. 사용자가 제품으로 잘 넘어갈 수 있는 기획이나 버튼명 같은 새로운 고민을 하게 됐어요. 콘텐츠 마지막에 버튼을 짧게 써볼까, 액션형으로 써볼까. 이 버튼을 누르면 어떤 화면으로 갈 수 있다는 뉘앙스를 주고 싶은데 어떻게 써야 할까.

당시에는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이게 짧은 플로우였던 것 같아요. 유저의 경험 즉 유저가 앱에 처음 들어와서부터 무언가 발견하고, 콘텐츠를 읽은 뒤에 제품으로 넘기고, 이런 여정을 어떻게 안내할지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한 거죠.

마지막으로 트리플은 개발자가 많은 회사였고 콘텐츠별로 데이터를 뜯어볼 수 있는 툴이 있었어요. 이전 회사에서도 데이터를 많이 봤지만 개발자가 확인해줬어야 했는데, 트리플에서는 직접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었어요. 콘텐츠별 클릭률이라거나, 홈으로 몇 명 갔는지, 랜딩 페이지로 몇 명 이동했는지 이런 데이터를 직접 확인하며 데이터를 딥하게 들여다볼 수 있었던 기회였던 것 같아요.

  1. 타겟을 고려하기
  2. 고객 경험 고려하기
  3. 데이터 딥하게 들여다보기

UX 라이터 커리어

원스토어에 첫 콘텐츠 에디터가 되다

제가 그동안 UX 라이터가 될 토대를 잘 쌓아왔음에도, 당시에는 그걸 인지하지 못했고 UX에 대한 경험을 더 쌓아야 할 것 같았어요. 그래서 UX 라이팅을 할 수 있는 회사를 찾아서 이직하게 돼요. 원스토어라는 서비스였죠. 직무명은 콘텐츠 에디터였지만,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서비스였고 첫 콘텐츠 에디터라서 만약 제가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설득할 수 있는 환경이었어요. 그래서 그곳에서 보이스앤톤 가이드라인도 만들어보고 UX 라이팅도 시도해볼 수 있었어요.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지금까지의 경험들이 모두 쌓여서 토스에서 UX 라이터로 일할 수 있었는데도 스스로는 전혀 인지하고 있지 못했어요. 겁이 났고, 엄두를 못 냈어요. 콘텐츠를 만드는 것과 UX 라이터는 완전히 다른 일이라고 생각했고 ‘나는 지금은 지원할 수 없어, 그러면 뭘 더 해야 하지?’라고 고민했었어요. 그런데 UX 라이터가 된 뒤에야 내가 토대를 잘 쌓아왔다는 걸 알게 됐어요.

“UX 라이터가 되려면 뭘 더 해야 하나요?”

저에게 커피챗을 요청하는 에디터 분들이 있는데 그분들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어요. “UX 라이터가 되고 싶은데 뭘 더 해야 하나요?”라고요. 그런데 저는 콘텐츠 에디터와 UX 라이터가 완전히 다른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충분히 연결되는 지점이 많다고 생각해요. 콘텐츠 에디터가 UX 라이터가 된다는 건 너무나 자연스럽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니까 미리 겁먹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UX 라이터가 되기에 가장 좋은 시기라고 생각해요. UX 라이터로 원래 일했던 사람이 거의 없고, 대부분 이직을 통해 UX 라이터가 되잖아요. 그렇다 보니 아직 스탠다드도 없고, 모든 걸 다 갖춘 사람이 없어요.

만약 이미 스탠다드가 있는 상황이었다면 저 같은 사람이 UX 라이터가 되기 어려웠을 수도 있겠죠. 디자이너와 함께 일했거나 UX를 설계해본 경험은 저도 없으니까요. 그렇지만 디자인에 대한 이해도가 상대적으로 부족해도 제가 이전에 했던 경험으로 뭘 잘할 수 있는지 어필할 수 있었어요.

©Sungbae Kim

UX 라이터가 된 후 가장 힘들었던 것

UX 라이터로 직무를 변경했을 때 포지션 변경으로 인한 어려움이 없지는 않았어요. 토스에 오자마자 처음 맞닥뜨린 게 용어 문제였어요. ‘컴포넌트’라는 게 처음 들어보는 용어인데, 그 용어를 모르면 일을 할 수가 없더라고요. 저는 심지어 ‘다이얼로그’가 뭔지도 몰랐어요. 생소하고 어렵게 느껴지는 용어들이 처음 저를 위축되게 만들었고, 제가 에디터 출신이어서 이런 용어를 너무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건 콘텐츠 에디터에서 UX 라이터가 됐기 때문에 겪는 어려움이었다기보다 직군 변경에 따른 어려움이었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어쩔 수 없이 너무 낯선 환경이니까요. 지금 생각하면 당연히 어려울 수 있고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문제예요. 개발자분들도 백엔드 개발을 하다가 프론트엔드 개발을 하려고 하면, 혹은 개발자가 데이터 애널리스트가 되면 같은 문제를 겪을 것 같아요.

좋은 동료 활용하기

토스에 입사한 후 첫 2주 정도는 제가 너무 모르는 게 티 날까 봐 질문하지 않고 슬랙에서 찾아봤어요. ‘바텀시트가 뭐지?’ 이러면서요(웃음). 그러다 보니 하루의 반은 검색하면서 보내더라고요. 그 시간이 너무 아까운 거예요. 그래서 2주 정도 지나고 동료가 뭐가 가장 힘드냐고 물어보길래, 처음으로 모르는 용어가 너무 많다고 말했어요. 여기에 시간을 너무 많이 쓰고 있고, 그래서 스트레스가 많다고요. 그랬더니 왜 안 물어보냐고 하더라고요. 당연히 네가 디자인 쪽에서 일을 안 해봤으니 모르는 게 당연하다고, 그냥 물어보라고. 그러면 30초면 끝나는 문제라고.

그 말에 용기를 얻고 그 뒤로 모르는 게 생길 때마다 다 물어봤어요. “왜 이건 이렇게 불러요?” “이건 또 어디에 쓰여요?” “이거랑 이건 뭐가 달라요?” 이렇게 궁금했던 것들을 모두 물어보면서 무척 빠르게 습득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귀찮을 만큼 많이 물어보고, 같은 걸 또 물어보고도 했죠. 좋은 동료를 만난 덕분에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해요.

또 콘텐츠는 주로 위에서 아래로 보고, 플로우나 흐름을 보지는 않거든요. 그렇다 보니 전체 플로우를 보는 게 낯설었어요. 그래서 제품을 담당하는 프로덕트 디자이너와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왜 여기서 여기로 넘어가죠?” “이 플로우에서 제일 중요한 게 뭐죠?” “어떤 유저들이 이 플로우를 사용하죠?” 같은 이야기를 하면서 동료들에게 많이 배웠어요.

©Sungbae Kim

UX 라이터에 대한 나의 정의

고객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흔히 UX 라이터를 “고객 경험을 위한 글쓰기를 하는 사람”이라고 이야기하잖아요. 저는 이 정의에 대해 이견이 있지는 않아요. 카피라이터나 콘텐츠 라이터와 구별되는 가장 큰 요소가 UX 즉 고객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유저가 앱을 쓰면서 방향을 잃지 않게 한다거나,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지 않게 한다거나 하는 경험을 신경 쓰는 사람이죠. UX 라이터가 라이팅을 할 때 신경 써야 하는 0순위는 사용성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제가 꿈꾸는 UX 라이터는 조금 달라요. 아직 저도 멋진 말을 못 찾았고, 어떻게 더 멋있게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단계지만 저는 UX 라이터를 “고객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혹은 “고객 커뮤니케이션 기획자”라고 생각하거든요. 우리 제품이 고객에게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를 결정하고 고민하는 사람. 이렇게만 이야기하면 보이스앤톤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지금 단계에서 보이스앤톤은 말투 교정 정도로 사용되고 있다고 생각해요. “니다체가 아니라 해요체를 씁니다”라던지, 친절하다 처럼 말투로 느껴지는 분위기나 뉘앙스 정도로. 그런데 그것만으로는 충족되지 않는 어떤 것들이 있고, 저는 그 이상을 원해요.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팬을 만드는 일

제가 해왔던 일을 예시로 설명드릴게요. 토스가 작년에 송금 수수료 전면 무료화를 선언했어요. 보통 같은 은행으로 돈을 보내는 건 무료인데, 다른 은행으로 돈을 보낼 땐 수수료가 있잖아요. 그런데 토스는 은행 상관없이 무료예요. 회사 차원에서도 정말 큰 결정이었죠.

그런데 “송금 수수료 무료”라는 문구가 크게 와닿지 않는 거예요. 주거래 은행에서 송금할 땐 대부분 수수료가 없으니까, 이게 정말 좋은 혜택이라고 느껴지지 않더라고요. 당시 프로젝트 담당자와 키 메시지를 어떻게 가져갈지 논의를 정말 많이 했어요. 그래서 “이제 마음 놓고 송금하세요”, “송금 수수료, 토스가 평생 내드릴게요”와 같은 커뮤니케이션으로 바꿀 수 있었죠.

©Seul

마지막 송금 완료 화면 문구도 “수수료는 토스가 냈어요!”라고 바꿨는데요. 많은 분들이 귀엽다고, 기억에 남는다고 해주시더라고요. 사실 귀여움을 노린 건 아니었고요. 전체 커뮤니케이션 방향과 톤을 맞추고 싶었던 건데.. 많이 좋아해 주시니까 저도 좋았어요. (웃음)

©Seul

이런 키 메시지를 기획할 때 정말 많은 고민을 해요. 우리는 어떻게 다르게, 더 재밌게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게 저는 너무 재밌고, 고객에게 커뮤니케이션하는 방식을 바꾼다는 점에서 저는 이 직업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요. 사용성이 기본이고 사용성 위에 개성을 좀 더 얹고 싶어요.

좋은 문장을 넘어 위대한 문장으로

브랜드가 커질수록 무색무취의 브랜드가 되기 쉬워요. 흔히 떠올렸을 때 “그 앱 특이해”라거나 “그 앱 커뮤니케이션이 특별해”라고 하는 앱들은 타겟이 한정적이거나 혹은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서비스이고, 서비스가 커지면 어떤 특정한 사람을 위한 앱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앱이 되다 보니 개성이 사라지기 쉬워요. 그런데 저는 ‘꼭 그래야 하나? 빅 브랜드라고 꼭 무색무취의 앱이 되어야 하나? 더 특별함을 담아볼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해요.

제가 이전에 일했던 앱들은 좀 작은 서비스였고, 상대적으로 토스는 빅 브랜드다 보니 그게 가능할까 생각했어요. 그래서 지금 그 실험들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앞서 이야기했던 예시들이 실제로 바이럴이 많이 됐어요. 그래서 “역시 통하네”라고 생각하고 있는 단계인 것 같아요. 하지만 아직 조금 더 잘할 수 있는 영역도 있다고 생각하고 그걸 찾고 싶어요.

“좋은 것은 위대한 것의 적이다”라는 말을 좋아해요. 좋은 것이 위대한 것의 가장 큰 적이라는 말이 공감이 됐어요. ‘이 정도면 됐지’라는 느낌으로는 위대한 게 나올 수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단순히 네비게이팅 역할을 하는 ‘좋은 문장’을 넘어서서, 유저와 감정적인 연결과 유대감을 쌓는 역할을 하는 ‘위대한 문장’을 쓰고 싶어요. 저는 사람들이 토스를 친절하고 따뜻한 브랜드로 기억하길 원하고, 그걸 라이팅으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걸 너무 진심으로 믿어요. 그래서 이 일이 재밌는 것 같아요.

에디터 이연성 | 포토그래퍼 김성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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