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의 UX 라이터가 꿈꾸는 것

첫 UX 라이터 오프라인 밋업을 돌아보며

UX Writers in Korea | UXWK
8 min readDec 26, 2023

안녕하세요? UX Writers in Korea(이하 UXWK)의 운영진 Didi입니다.

UXWK는 UX 라이팅, 콘텐츠 디자인에 대한 전문성과 실무자 네크워크를 기반으로 UX 라이터의 가치를 국내외로 알리는 커뮤니티입니다. 대표적으로 인터뷰 콘텐츠인 <어쩌다 UX 라이터>를 제작하고, UX 라이팅에 관심 있는 분들이 250명 넘게 모인 오픈 카톡방을 운영하고 있어요. UXWK는 각자 UX 라이터, 콘텐츠 전략가로 일하고 있는 저 Didi, Alyse, Soo가 만들어나가고 있습니다.

UX 라이터 모임 중 UX Writers in Korea 커뮤니티를 소개하는 세션
UXWK 운영진의 커뮤니티 소개 세션

UX 라이터, 우리 얼굴 한 번 봐요!

2023년 10월, UXWK 주최로 국내 UX 라이터 밋업 <혼자가 아닌 UX 라이터>가 서울 강남에서 열렸습니다. 스무 명의 UX 라이터가 한 자리에 모여 인사하고 얘기 나눌 수 있었어요.

사실 UX 라이터끼리 온라인으로 만나는 자리는 종종 만들어왔는데요. 클럽하우스에서 온라인 티타임을 열거나, 화상으로 같이 Toss 디자인 컨퍼런스의 UX 라이팅 세션을 듣기도 했었죠. 그러면서 언젠가는 꼭 오프라인으로도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보겠다는 다짐을 했어요.

아직까지 국내의 UX 라이터(또는 콘텐츠 전략가, 콘텐츠 디자이너로 불리는 직무)는 혼자 또는 소수로 일하거나 조직에서 최초의 직무인 경우도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실무에 대한 어려움뿐만 아니라 직무 자체의 가치를 증명하는 과정에서 고민과 외로움이 있을 텐데요. 각자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하던 우리가 실제로 만나고 존재를 확인하는 것만으로 위안과 힘이 될 거라 기대했습니다. 첫 오프라인 밋업의 이름을 <혼자가 아닌 UX 라이터>로 정한 이유예요.

UX 라이터 밋업 <혼자가 아닌 UX 라이터> 단체 사진

콘텐츠 디자인 선언문을 주제로

밋업의 메인 콘텐츠로 전 구글 UX 라이터 토레이 파드마저스키(Torrey Podmajersky)가 이끈 콘텐츠 디자인 선언문(Conetent Design Menifesto)를 선정했어요. 콘텐츠 디자인 선언문은 UX 라이터 역할의 가치와 UX 라이터가 앞으로 나아갈 길에 대해 정의한 문서입니다.

2023년 8월 UXWK 운영진은 선언문의 한국어 번역에 참여했는데요. 번역 작업을 하며 선언문의 내용을 통해 UX 라이터로서 굉장히 동기부여받을 수 있었어요. 이를 밋업의 얘깃거리로 삼아보면 어떨까 싶었죠.

<콘텐츠 디자인 선언문>의 일부. 이 선언문을 만든 이유, 우리는 누구인가에 대한 내용이다.
토레이 파드마저스키(Torrey Podmajersky)가 제작 주도한 <콘텐츠 디자인 선언문>의 일부

또 다른 이유는 이번 밋업에선 UX 라이팅보다는 ‘UX 라이터’, 바로 우리에 대해 얘기하는 자리를 만들고 싶기 때문이었어요.

이제 UX 라이팅이 무엇인지는 IT 업계에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UX 라이터의 역할이나 커리어, 어떻게 일을 해야 하고, 앞으로는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나침반이 될 수 있는 이야기는 상대적으로 접하기 어렵습니다. 우리가 모이는 자리에서 콘텐츠 디자인 선언문을 통해 이런 생각과 고민을 나눌 수 있다면 더욱 가치 있는 시간이 될 거라 생각했어요.

콘텐츠 디자인 선언문을 읽고 함께 나눌 이야기 질문들. 가장 인상 깊었던 항목은 무엇인가요? 선언문에서 ‘UX 라이터’가 아닌 ‘콘텐츠 디자이너’라고 명명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혼자가 아닌 UX 라이터> 밋업에서 나눈 질문

다양한 연차와 배경의 UX 라이터가 한 자리에

드디어 행사날. 한두 분씩 입장하는 걸 보며 생각만 하던 모습이 그려지는 걸 보니 신기하면서도 너무 떨리더군요! 금융, 커머스, 여행, 소셜 등 다양한 도메인의 인하우스에서 일하는 분들, UX 라이팅 에이전시에서 일하는 분들도 있었어요. ‘어색하면 어떡하지, 아무도 말을 안 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은 기우였어요. UX 라이터라는 공통점만으로 금방 허물없이 얘기 나누게 되었습니다.

UX 라이터/콘텐츠 전략가로 얼마나 일하셨나요? 1년 미만 30%, 1년 이상~4년 미만 55%, 4년 이상 10%, 나머지 7년 이상
소속 형태를 알려주세요. 인하우스 75%, 에이전시 25%
다양한 연차와 소속의 UX 라이터가 모였다.

<어쩌다 UX 라이터?>라는 주제로 자신의 커리어 배경을 소개하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UX 라이터는 첫 커리어부터 UX 라이터는 별로 없고 커리어 전환을 거친 분이 많기 때문에 커리어 배경을 듣는 게 흥미로울 거라 생각했어요. 실제로 다양한 디자인, 기획 뿐만 아니라 광고, 조직문화, 작곡까지! 정말 다양한 배경을 거쳐 UX 라이터가 된 분이 많았어요.

각자 배경은 달라도 이 자리에 모인 분들 모두 ‘UX 라이터’라는 일에 대한 애정이 많은 게 느껴졌어요. 특히 많은 분들이 직무 전환이라는 어려운 과정을 감수하며 찾아온 일인만큼 일에 대한 고민이 깊다고 생각했어요.

<어쩌다 UX 라이터?>라는 주제로 진행한 자기소개 시간. 발표 중인 UX 라이터.
<어쩌다 UX 라이터?>라는 주제로 진행한 자기소개 시간

지금 한국의 UX 라이터가 꿈꾸는 것

행사 후반엔 콘텐츠 디자인 선언문의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 항목에서 가장 공감되는 항목을 투표했어요. 다양한 도메인과 연차의 UX 라이터들이 모인 만큼 우리가 바라는 미래에 대한 공감대를 모으는 데 의미가 있었어요.

<콘텐츠 디자인 선언문>의 ‘우리가 나아갈 길’
토레이 파드마저스키(Torrey Podmajersky)가 제작 주도한 <콘텐츠 디자인 선언문> 중
투표 결과 ‘콘텐츠 디자인 커리어에 대한 기회가 많아질 것이다’가 1위를 차지했다.
위 ‘우리가 나아갈 길’ 중 가장 공감되는 항목에 대한 투표 결과

1. 더 많은 커리어 기회

1위는 ‘콘텐츠 디자인 커리어에 대한 기회가 많아질 것입니다.’ 였어요. 많은 분들이 UX 라이터 생태계 확장을 위해선 우선 더 많은 UX 라이터가 생겨 풀(Pool)이 커지길 바라고 있었어요. 동료가 많아질수록 자연스레 이 일의 중요성과 가치가 세상에 알려질 거라는 이유에서요.

엔데믹 이후 IT 채용 시장이 얼어붙으며 UX 라이터 채용도 전보다 줄었는데요. 앞으로 더 많은 조직에서 UX 라이터를 채용하길 바라봅니다.

2. 제품에 기여하는 콘텐츠 디자인

이어서 ‘제품 설계를 주도하는 콘텐츠 디자이너’와 ‘콘텐츠 디자인 매니저의 리더십’에 대한 항목이 공동 2위를 차지했습니다.

‘UX 라이터는 단순히 글을 작성하는 사람이 아니라 사용성을 높이는 글을 작성하는 사람이다’라는 내용
‘제품 설계를 주도하는 콘텐츠 디자이너’를 뽑은 이유 중

‘제품 설계를 주도하는 콘텐츠 디자이너’를 뽑은 데엔 텍스트 단위의 작업을 넘어 전반적인 제품 설계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었어요. 개인적으로도 매우 공감하는 항목인데요. UX 라이팅이 중요하다고 생각기 때문에 채용까지 이어진 곳에서도 UX 라이터를 텍스트 단위의 수정이나 윤문 이상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조직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글 쓰는 사람을 넘어 Maker로서 제품 전반의 설계에 영향을 끼쳐야 진정한 ‘콘텐츠 디자인’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물론 UX 라이터들 스스로도 UXer로서 역량을 갖춰야겠죠.

3. 리더로서 UX 라이터

UX 라이터는 국내에서 아직까진 IC(Individual Contributor)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앞으론 리더로서도 조명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리더로 여겨질 수 있는 직무가 되면 좋겠다는 내용
‘콘텐츠 디자인 매니저의 리더십’을 뽑은 이유 중

콘텐츠 디자인의 리더십일 뿐만 아니라 UX 디자인을 이끄는 리더십도 발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미 실리콘 밸리 등 해외 빅테크에선 콘텐츠 디자인 배경의 UX 리더도 특이한 일은 아니에요. 국내에도 리더로서 UX 라이터가 더 많아지길 바랍니다. 앞에서 말한 제품 설계에 주도적으로 기여하다 보면 자연스레 기회가 많아지지 않을까요?

만나는 것만으로 힘이 된 자리

현재 국내의 UX 라이터 씬은 UX 라이터가 각자의 자리에서 퍼포먼스를 내며 그 가능성을 확장해 나가는 단계라는 생각이 듭니다. 자신이 속한 조직에 선례를 계속해서 만들어나가고 있죠. 이 과정에서 UXWK는 밋업을 통해 서로의 이야기를 공유하며 동기부여되기를 바랐습니다. 그리고 꽤 성공적이었던 것 같아요!

난 혼자가 아니다!!! 그리고 같은 업을 가진 분들이 모두 멋지다!”
인하우스 UX 라이터 R님

“쉽게 만나보기 힘든 라이터들을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었어요.”
인하우스 UX 라이터 H님

“이런 자리가 마련된 자체, 라이터들 존재 자체가 힘이 되고 좋았어요. 준비 과정도 많은 노력이 들어갔을텐데 귀한 기회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에이전시 UX 라이터 J님

-밋업 후기 중

또, UXWK 운영진은 UX 라이터들이 다른 실무자를 만나는 것만으로도 큰 가치를 느꼈다는 것도 알게 되었어요. 콘텐츠 디자인 선언문이나 자기소개 시간도 의미 있었지만 스무 명의 UX 라이터를 한 자리에 모아 연대감을 만들어냈다는 게 무엇보다 큰 성과인 것 같습니다.

UXWK는 이런 인사이트를 앞으로의 커뮤니티 활동에 활용해보려 합니다. 계속해서 더 많은 UX 라이터와 연결되기를, 그래서 ‘우리’와 스스로를 도울 수 있길 바랍니다.

UX 라이터 밋업 <혼자가 아닌 UX 라이터>의 마지막 단체 사진
UX Writer의 ‘W’를 포즈로 마지막 단체 사진.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본 콘텐츠를 재가공(요약 등)해 콘텐츠를 제작할 경우 반드시 출처를 밝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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